“나는 도시의 생명창고를 지키는 농부입니다”

놀뫼신문 | 기사입력 2020/11/29 [22:28]

“나는 도시의 생명창고를 지키는 농부입니다”

놀뫼신문 | 입력 : 2020/11/29 [22:28]

- 도시 농업, 도시를 새롭게 디자인한다

- 농업은 식량생산 외에도 공익적 기능 수행

- 「상추텃밭상자」 독자들에게 선착순 제공

 

 

 

인류는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이동을 멈추고, 집을 짓고, 마을을 구성하고 도시를 만들었다. 현재 인간의 토지 소유 개념, 마을의 형성, 도시의 발달 등이 모두 농업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때문에 인류학자들은 농업의 발전이 없었다면 인류의 문명이나 현재와 같은 도시의 발달도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모순되게도, 도시가 거대해지면서 인류는 농업을 버리기 시작했다. 

 

 

 

매년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이다. 1996년 공식 제정된 뒤 올해로 25회를 맞이했다. 인간은 “흙에서 태어나 흙에 살다 흙으로 돌아간다”는 철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매년 11월 11일 11시 ‘농업인의 날’ 기념식을 연다. 그런데 국민들 대다수는 11월 11일을 ‘빼빼로 데이’라는 정체불명의 기념일로 인식하고 있다. ‘농업이 가장 중요하다’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도 잊혀진 지 오래된 듯하다.

본지가 이번호에서 전세계적인 키워드 #도시농업을 논하는 것은 고향의 초가집이 사라지는 것과 같은 단순히 낭만적 차원이 아니라, 농업의 사라짐은 도시의 생존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도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도시가 농업을 품어야만 한다.

 

도시농부 최준호, 도시농업을 디자인하다

 

지산동에 있는 도시농업육묘장 최준호 대표는 2008년부터 해외의 도시농업사례를 연구하여 우리나라에 적합한 텃밭농사, 주말농장, 상자텃밭, 옥상텃밭 등 도시농업기술을 연구·개발하는 도시농부 1세대다. 그의 농장에서는 100여 가지의 종자를 육묘재배하며, 도시농업 희망자에게 농사 방법을 교육하고 농사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도시농업 관련 기자재를 개발‧개량하고, 텃밭 강사를 교육‧양성하고 있다. 

최준호 대표는 “도시의 텃밭이나 주말농장에서 내 손으로 신선채소를 기르는 도시농부가 늘고 있다”면서 “농업이 도시를 만나면서 도시농업의 역할이 커져가고 있다”면서 현황을 설명한다. “도시농업은 단순히 먹거리를 생산하는 산업적 개념에서 벗어나 건강, 환경개선, 교육, 공동체 회복 등 도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한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최대표는 도시농업과 정원의 차이점을 구분한다. “농사를 짓는 농경지 자체를 정원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단언한 뒤 “농업은 경작과 수확이라는 뚜렷한 목적을 지니고 있지만, 정원은 관상과 정서라는 또 다른 기능을 더 우선시한다”고 구분한다. 그러나 좀더 광범위하게 해석해 보면 “농업이나 정원이나 식물을 키우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같은 목적이라며, “모든 식물은 똑같이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다만, 그 열매나 식물 자체를 식용으로 이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차이점”이 구분점이라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 “도시농업을 단순한 ‘농산물의 수확’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도시농업에 ‘디자인’을 가미할 경우 도시농업은 정원의 개념을 넘어서는 형태로 변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산업으로서 농업의 위상은 축소됐을지 몰라도 공익적 기능으로서 농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고 전제한 뒤 “농업은 농축산물 생산이라는 본질적 기능 외에도 식량안보, 환경보존, 경관유지, 수자원 확보, 홍수방지, 휴식공간 제공, 전통문화 계승 등의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내포하고 있다”고 농업의 확장성을 펼쳐나간다.

 

농업이 도시를 만들었다, 도시농업의 역사

 

인류의 역사 속 도시는 농업을 중심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페루의 공중도시 마추픽추의 테라스형 농지나 프랑스 베르사유궁전에 있었던 왕비 마리앙트와네트의 텃밭과 오두막 등에서 도시농업의 역사를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우리의 조선시대를 살펴보면 양잠을 하던 잠원동과, 궁중에 채소와 고추를 공급하던 종로의 내농포와 연희동의 고초전 등이 대표적인 곳이다.

세계적으로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2008년 시점으로 도시 거주자가 50%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따라서 2030년이 되면 도시화가 더욱 진행되면서 전 인류의 60%가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학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이와 같이 도시가 농업을 잃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가치 때문이다. 건물 등 도시에 투자하여 얻는 경제적 이익이 농사를 지어 얻는 이익보다 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농촌의 인구가 도시로 이동하고 농경지가 줄어들면서, 미래 세대에는 도시의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을 만큼의 농산물 수확이 점차적으로 불가능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어느 정도의 자급자족이 가능한 도시농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도시농업, 왜 필요한가?

 

논산 연산면 신양리에는 한 필지당 200평으로 분양된 주말농장 150여 곳 이상이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다. 30여 년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연산면 신양리 일대 12만평을 구입해서 600여 필지를 연구원들에게 주말농장으로 분양했다. 주말이면 부부, 가족은 물론 3대가 함께 땀을 흘리며 농사에 한창이다. 농사를 노동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농사일 그 자체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도시농업은 생산적 여가활동 외에도 건강과 행복을 꾀하는 삶의 본연의 즐거움을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들어 급격한 도시화는 생활환경의 악화는 물론 도시민들의 정서적인 여유마저 빼앗아 갔다. 안전한 농산물을 내 손으로 직접 가꿔 가족에게 공급하고 싶은 욕구가 높아졌고, 베란다 옥상 자투리 텃밭 등에서 생활공간도 쾌적하게 만들고 생산적인 여가활동으로 건강도 챙기는 일석삼조의 도시농업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미시간대학교 연구팀에 의하면 “인간이 자연을 체험하면 기력이 회복되며, 특히 식물의 녹색은 휴식과 안정감을 주는 심리적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사례로 입증했다. 

도시농업은 농작물 관리에 따른 규칙적인 생활로 건강을 유지해 주며, 내 손으로 기른 농산물로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나눠줄 수 있다는 행복감을 선물한다. 자녀들이 농사활동에 같이 참여하면서 매일 먹는 농산물이 어떤 과정을 통해 생산되는지 이해하게 되며, 무엇보다 자라나는 생명체와 교감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깨우치게 되는 교육적 효과도 매우 크다.

또한 생활공간을 쾌적하게 만들어주며, 도시 생태계 보전과 사회 공동체 회복에도 큰 효과가 인정되는 공익적 가치도 크다.

 

농업이 도시의 가치를 향상시킨다

 

농업은 국가의 안보에도 직결되는 중요성에 비해 요즘 농촌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농촌의 고령화, 도시와의 소득 격차 확대, 시장 개방 등 여러 어려움에 처해 있는 농민들에게 시장경제의 원칙에 따른 막연한 희생만을 요구할 게 아니라 국민의 생명창고를 지키는 노고에 대한 국가적·사회적 배려가 절실하다.

도시의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도시계획에 농업을 담아야 한다. 도시가 농업을 품게 되면 장점이 아주 많아진다. 기존 농업과 달리 도시농업에서는 다수의 작물을 취급할 수 있다. 최준호 대표에 따르면 “1㎡의 공간에 농작물을 키우면 연간 20kg 정도의 농산물 수확이 가능하다”고 알려준다.

로컬푸드가 활성화되면서 소비자들은 더욱 다양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도시농업의 장점이다. 아침에 수확한 채소가 당일 소비자의 밥상에 올라감으로써 건강한 먹거리 탄생은 물론 유통비용 절감과 공해 발생을 줄이는 효과까지 얻게 된다.

또한 도시농업의 활성은 학생들의 체험학습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깨우치는 교육적 장점이 있다. 고령사회에서 어르신들의 힐링 및 일거리 창출이라는 사회 복지 측면에서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식물의 광합성과 호흡을 통해 도시를 맑게 해주고, 여름철 열대야 경감, 냉난방비 경감 등 에너지 절감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 생명에 대한 가치의 재발견, 도시농업의 꿈이자 목표이다. 

 

 

 

[알림] 

최준호 대표와 본지는 올 겨울부터 집에서 도시농부의 참맛을 느껴볼 수 있도록 「상추 텃밭상자」를 독자들에게 선착순으로 나눠 드리고자 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놀뫼신문 앱(nmn.ff.or.kr)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기획/인터뷰 많이 본 기사